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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시놉시스, 사회적 의미, 논란)

by hitch211122 2025. 11. 17.

영화 옥자 포스터

‘옥자’는 귀엽고 감동적인 동물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주의, 생명윤리, 동물권 등 무거운 질문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영화 ‘옥자(Okja)’는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되었으며,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 비판적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입니다. 한 마리의 슈퍼돼지와 소녀의 우정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동물과 인간, 다국적 기업과 소비자,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영화는 단순한 ‘감동 실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하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이자 철학적 질문입니다.

시놉시스: 옥자의 여정

영화는 강원도 산골에서 미자(안서현)와 그녀의 ‘가족’ 같은 돼지 옥자가 평화롭게 지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옥자는 글로벌 식품기업 ‘미란도’에서 개발한 유전자 조작 슈퍼돼지로, 세계 곳곳에서 키워진 슈퍼돼지 중 최고의 품종을 가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10년이 지난 후, 미란도는 옥자를 회수하여 뉴욕으로 보내고, 그곳에서 대대적인 홍보 이벤트를 펼치려 합니다. 그러나 옥자가 잡혀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자는 홀로 서울로, 그리고 미국까지 따라가 옥자를 구출하려는 여정을 떠납니다. 도중에 미자는 동물 해방 전선(ALF)이라는 급진적 동물권 단체와 마주하게 되고, 기업, 언론, 소비자 사이의 착취 구조에 깊숙이 엮이게 됩니다. 단순한 구조의 감정 영화가 아닌, 복합적 이해관계와 도덕적 혼란이 교차하는 서사가 펼쳐집니다.

영화 '옥자' 속 사회적 의미

1. 자본주의의 포장된 폭력

‘미란도’라는 기업은 슈퍼돼지를 통해 ‘친환경’, ‘지속 가능성’, ‘혁신적인 식량 자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이들의 목적은 오직 수익 극대화이며, 실제로는 동물을 도살하고 고기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가혹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옥자를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현실 속 축산 산업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폭력을 미화하고, 그 이면을 외면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2. 소비자의 윤리적 책임

소비자는 제품의 포장만을 보고 안심하며 소비합니다. ‘옥자’는 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정말 알고 먹고 있는가?

옥자를 통해 보여지는 도살 장면, 공장식 축산, 잔인한 실험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단지 우리가 잘 포장된 결과물만 보기 때문에 죄책감 없이 소비할 수 있다는 진실을 꼬집습니다.

3. 동물권과 생명 존중

옥자는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감정을 지닌 생명체입니다. 미자는 옥자를 ‘가족’으로 여기며, 그와 교감합니다. 이는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동물을 동등한 생명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동물권 담론으로 확장됩니다. 특히 영화는 "지능"이나 "언어"로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려는 사고방식을 비판하며, 모든 생명이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4. 환경 파괴와 유전자 조작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슈퍼돼지는 상징적으로 오늘날의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생명체를 디자인하는 행위는 편리함을 넘어 윤리적, 생태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논란

1. 칸 영화제 논쟁 – 극장 vs 스트리밍

‘옥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공개된 첫 봉준호 감독 작품입니다. 이는 2017년 칸 영화제에서 극장 상영 규정을 위반했다는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프랑스의 전통적인 영화 시스템과 OTT 플랫폼의 대두 사이의 갈등이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며, 이후 글로벌 영화산업의 흐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2. 폭력성과 사실성

동물 도살 장면, 유전자 조작 실험 등 불편하고 직설적인 장면들은 일부 관객에게 충격을 안겨주었고, ‘가족 영화’로 오인했던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이 없었다면, 영화는 지금처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는 ‘불편함이 불편한 현실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 의도를 반영한 것입니다.

3. 페미니즘과 캐릭터 활용 논란

옥자의 중심인물인 미자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일부 평론가들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남성 중심 서사에서 도구화됐다"고 비판하며, 봉준호 감독의 성별 묘사 방식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한편, 여성 중심의 플롯이 기존 한국 영화에서 드문 구조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옥자’는 단지 한 마리 동물을 구하는 감동적인 여정을 그린 영화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의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잔혹한 현실을 차분하게 펼쳐 보이며,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그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일 마트에서 고기를 사고, 포장된 음식들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지만, 그 이면에서 어떤 생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미란도라는 가상의 기업을 통해 ‘친환경’, ‘지속 가능성’ 같은 그럴듯한 슬로건이 어떻게 진실을 감추는 포장지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우리는 포장된 현실만을 소비하면서, 그 안에 담긴 고통과 윤리를 외면합니다.

옥자와 미자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맺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유대이며, 동시에 우리가 잊고 지내던 생명에 대한 존중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종이 달라도, 그들 사이엔 교감이 존재하고, 그 교감은 오늘날 인간 사회에서조차 희미해져가는 진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기술의 진보와 산업의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윤리적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지를 조용히 고발합니다. 유전자 조작이라는 현대 과학의 산물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환경을 보호한다는 말 뒤에 감춰진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 묻습니다. 영화는 답을 주지 않지만, 질문하게 만듭니다. 그것이 ‘옥자’의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옥자’를 보고 나면 쉽게 어떤 음식에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고, 마트에 진열된 고기를 이전처럼 편하게 바라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우리가 지금까지 지나치게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들에 대해 처음으로 ‘의심’을 시작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감동을 주는 동시에 충격을 줍니다. 사랑스러움을 전하는 동시에 죄책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끝내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알고, 무엇을 외면한 채 소비하고 있습니까?”

‘옥자’는 바로 그 질문을 통해, 관객의 삶에 조용히 스며드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다시 돌아봐야 할 이야기입니다.